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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계 의원 일부가 주장한 조기 전당대회는 물 건너갔다. 정몽준 대표가 거부했고 장광근 사무총장이 거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기 전대론은 애당초 씨알이 먹힐 얘기가 아니었다.

세종시와 당권을 걸고 표 대결을 벌이자는 조기 전대론은 더 할 나위 없는 출구전략이자 공정한 게임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세종시 수정안 포기와 당권을 진상하자는 주장과 진배없었다.

사정이 그랬다. 대의원들의 계파 분포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시점이었다. ‘조기’, 즉 지방선거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문제였다. 이 시점이 전당대회 표결 결과를 이미 규정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의 여인’이라는 점,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둔 대의원 입장에선 ‘선거의 여인’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승부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계는 생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밥상을 차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독상을 받으려 한다. 지방선거 공천에 적극 간여해 친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한다.


방증이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의 존재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장광근 사무총장 교체를 추진하던 정몽준 대표를 만나 말했단다. “세종시 문제로 야당과 친박이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단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말했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여당 내 주류측 단합 차원에서 당직 개편을 세종시 처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단다. ‘동아일보’ 보도다.

이렇게 이명박계 핵심의 지원 사격을 받은 장광근 사무총장이 말했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분들의 전제조건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체질을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선거 필패론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국정 지지도가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뜻인가? 박근혜 전 대표에 기대지 않고도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우산 아래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정권의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계의 입장은 이렇게 분명하다. 계파 안배보다는 권력 논리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을 감행하려고 한다. 그 총대를 장광근 사무총장에게 맡기려 한다. 2008년 총선 때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이 그랬던 것처럼 ‘돌격대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내세워 한나라당의 말초신경조직을 장악하려고 한다.

이명박계의 구상이 현실에 먹혀들지는 논외로 하자. 박근혜계의 대응을 살펴야 하고 표심의 선택을 지켜봐야 안다. 다만 한 가지만 추출하자. 이명박계의 구상이 낳을 2차 시나리오다. ‘성공’을 전제로 한 실행계획이다. 

하나. 세종시 문제의 행배다. 정부는 27일 세종시특별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2월말~3월초에 국회에 제출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라지만 가능성은 낮다. 지방선거 공천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방선거 공천이 이명박계 주도로, 이명박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기간에 세종시 처리에 발동을 거는 것은 당 내홍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

둘. 전당대회의 효용이다. 이명박계의 비토로 조기 전대가 물 건너간 만큼 지방선거 이후, 다시 말해 7월 개최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 일정을 감안하고 이명박계의 지방선거 공천 ‘과점’을 전제하면 전당대회는 타격전으로 치러진다. 박근혜 전 대표를 코너로 모는 전당대회, 박근혜계에게 피니시블로를 날리는 자리가 된다. 

▲사진 = 지난해 9월 9일 청와대 조찬모임 장면 ⓒ장광근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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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정면충돌했고, 홍준표 의원이 탈당과 분당을 거론했으니 일부 언론이 ‘빅뱅’ 가능성을 점치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홍준표 의원의 말에는 무게감이 없다. 파괴력이 크지 않은 평의원의 개별 의견일뿐더러 그가 “탈당하고 나가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응할 까닭도 없고, 그럴 사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한다는 세간의 말에 기대면 그의 말은 ‘공격용’보다는 ‘전시용’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기운 서울시 당원과 의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선명도 지수를 올렸다는 해석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험구를 주고받은 양상 또한 그리 중요치 않다.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 있을 공방의 편린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충돌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ㆍ현 대표의 충돌은 서막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주목할 건 정면충돌의 양상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정면충돌 양상에도 불구하고 ‘빅뱅’ 가능성에 쉬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책임지라고 했다. “당이 신뢰를 잃는 것은 (정몽준 대표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된다. 이명박계가 세종시 원안 고수 당론을 변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당장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 책임을 정몽준 대표에게 묻겠다는 뜻이 된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정몽준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박근혜계가 정몽준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세가 불어나지 않는 한 박근혜 전 대표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하나 밖에 없다. 7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각을 세우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상정하고 있다면 사라진다. 탈당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여지가 사라진다. 전당대회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은 당심을 반영한 결과이니까, 또 정상적인 당 의사결정과정의 산물이니까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절차와 원칙을 읊조리는 박근혜 전 대표로선 더더욱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과정이다. 이명박계가 당론 변경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을 ‘정상’의 범주에서 전개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방법을 모색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설득의 틀 내에 머문다면 몰라도 그 범주를 뛰어넘어 박근혜계의 ‘파괴’를 시도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방어권’ 확보 차원에서 수단과 방법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말 그대로 가정에 머물고 있다. 정몽준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당내 누구든지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고, “당 대표라고 해서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 말을 풀이하면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는 푸념이다.

아직까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계의 상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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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진단이 맞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의 예결특위 회의장 점거농성은 ‘안 되면 밟고 가라’는 뜻이다.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저지에 올인한 건 세상이 다 안다. 이런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추진을 전제로 일부 항목, 일부 금액 조정 협상에 나서면 몰린다. 그r것이 포기 또는 변질로 비쳐지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당한다. 매 한 번 맞고 끝내는 수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당하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 저지를 관철시킬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장렬하게’ 회의장에서 끌려나오는 게 더 낫다. 그러면 지방선거까지 전선을 칠 수 있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이런 전략을 무력화하려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설정한 ‘안 되면’이라는 가정상황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점거농성 자진해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청와대가 이미 ‘안 돼’라고 선언해 버렸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촉수엄금’을 선언했다.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고, 속도전은 우기에 대비해 필수적인 공법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밟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을 포기할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단호하게’ 회의장에 들어가는 게 낫다. 그러면 청와대의 칭찬을 들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에 희망을 걸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3자회동이 열린다 해도 ‘밥만 먹고 가지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예산 문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장광근 사무총장의 말, 그리고 “(정세균 대표가)국가적 사업에 최소한의 협조와 배려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는 정몽준 대표의 말, "예산 문제가 대통령 앞에서 할 이야기인가"라는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이 이런 단정의 방증이다.

아무리 ‘막장 국회’를 욕하고 ‘협상 부재’를 탓해도 소용없다. 초장에 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렸는데 어떻게 협상을 시도하고 막장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남은 건 ‘밟는’ 시기와 방식이다. 특히 미디어법 강행처리 때 연출됐던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후진성을 털어내고 ‘사뿐히 즈려밟는’, 선진화된 방식을 개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진=국회 예결특위 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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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 폐지-자율고 전환을 외칠 때였습니다. 후배와 가벼운 입씨름을 했습니다.

후배가 그러더군요. 자율고로의 전환은 미봉책이라고, 일반계고로 전환시키는 게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더군요. 후배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민주당과 일부 교육시민단체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반계고로의 전환이 타당하지만 그건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힘을 재야한다고 했습니다. 일반계고로의 전환을 끌어낼 정도로 힘이 있다면 당연히 밀어붙여야 하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다면 유연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 자율고로의 전환이라도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시험을 쳐서 학생을 뽑는 외고보다는 추첨으로 뽑는 자율고가 그나마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외고 폐지가 무산된 후, 자율고로의 전환이 사실상 무산된 후, 중2-3학년 영어성적과 생활기록부로 외고 신입생을 뽑기로 확정한 후 어떤 한나라당 의원이 말했습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안”이라고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도 합창했습니다. “매우 미흡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라고 했습니다. 외고가 영어듣기평가 폐지-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타협책으로 내놨을 때 그걸 미봉책이자 기만책이라고 일축했던 그 입으로 그 타협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교과부 최종안을 “현실적인 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정두언 의원이 한 입으로 두 말 했다고, 한나라당이 기만 놀음을 했다고 성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의 ‘입맛 다시기’에 일말의 진정성은 담겨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중플레이’ 했다기보다는 ‘힘겨루기’에서 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허탈한 심정으로 확인합니다. 현실의 진상을 확인합니다. 그건 강고한 철벽입니다.

타협책조차 이상으로 내몰았습니다. 자율고로의 전환조차 철딱서니 없는 얘기로 치부했습니다. 이른바 실세 의원이 나서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 교과위 위원 다수가 찬성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만큼 강고합니다. ‘현실’을 운영하는 세력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강합니다. 외고 재단만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인 언론, 이른바 실세 의원보다 더 힘이 센 권력 핵심의 위세는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더 강화될지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을 운영하는 세력이 더 공고해질지 모릅니다.

각종 고시에서 합격생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외고 졸업생이 요소요소에서 ‘실세’가 되는 날이 오면 그럴 겁니다. 경찰이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은 뒤 기름칠을 했던 것처럼 이들이 '외고산성'에 기름칠을 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야를 넘나드는 ‘현실적인’ 타협책으로도 깨지 못한 이 '외고산성'을 어떤 방법으로 허물 수 있을까요?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10월 27일 주최한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 장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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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역설했단다. 어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고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이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는 우려한다. “여당 내 비공개 행사에서이긴 하지만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걱정한다. <기사보기>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결정 내린 바 있다. ‘노무현 탄핵 소추’의 첫번째 사유였던 ‘언론 인터뷰를 통한 열린우리당 선거지원 발언’에 대해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발언은 그리 심각한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말마따나 대통령도 정치인 아닌가. 혼자만 ‘당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독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읽고 또 읽는다. 또 다른 탄핵, 즉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정권 탄핵의 요소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엔 대전제가 깔려있다. 후임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전임 정부의 그것과 다르면 뒤엎을 수 있다는 대전제다. 한나라당의 가치가 다른 야당의 가치보다 선진화 돼 있다는 대전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논리는 합당한 것일까? 후자는 논외로 하자. 그건 국민이 선거를 통해 결정할 문제이니까 뒤로 물리자. 전자의 경우는 어떨까?

딱히 틀린 논리는 아니다. 국민이 정권을 교체하는 이유가 다른 가치에 입각해 다른 국정을 펴보라는 뜻이니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국정 혁신을 꾀하는 것은 당위를 넘어 지상명령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서가 따른다. 혁신 또한 합리적 절차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단서다. 이 점에 입각해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혁신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일탈해 있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가치를 앞세워 감정적 청산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고,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합리적 절차를 밟기보다는 가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법치를 강조하면서 법에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을 내쫓고, 실리외교를 강조하면서 남북정상이 사인한 외교문서를 외면하고, 신뢰를 강조하면서 여야 합의 결과물(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백지화하려는 게 방증사례다.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추가한 말이다.

개헌을 언급했단다.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레임덕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단임제가 더 좋은 거 아니냐. 다시 안 할 것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단다.

방향을 제시해 버린 것이다. 개헌 논의 주체는 국회라고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시안이 제시된 걸 뻔히 알면서도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고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국회의 합리적인 개헌 논의에 보탬이 될까?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적잖고 개헌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만연한 상황이기에 꼼꼼히 살필 필요가 없는 발언이지만 아무튼 합리적 절차와는 거리가 먼 사례로는 손색이 없다.

이런 말로 마무리해도 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 여부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정적 변수는 국정운영주체의 일관성이 아니라 국정운영기조의 합리성이다. 이것이 국정 목표인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추진력, 즉 국민 통합 여부를 가른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11월 3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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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오가는 말이 험하다. 과거를 들춰내고 속셈을 파헤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모두 이렇게 감정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분에서 내전으로 치닫는다.

볼썽사납지만 이해한다. 단속해야 한다. 계파 내에서 이탈자가 나오면 전열이 헝클어진다. ‘아군’의 결속을 도모하려면 ‘적군’을 쳐야 한다. 

확인한다. 가족이 아니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는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피아’다. 싸움의 성격은 전면전이다. 승리와 패배의 경계선이 모호한 소모전이 아니라 한쪽은 완승하고 다른 쪽은 완패하는 사생결단의 승부다.

이것이 규정한다. 한나라당은 악순환 궤도에 올라섰다. 전장을 세종시에서 늪으로 옮겨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무한전쟁에 빠져들었다.

여권 주류가 속도전을 꾀하는 사실,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연내로 앞당겨 조기에 사태 해결을 꿈꾸는 사실은 그리 중요치 않다. 그래도 2월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장 표결 안건에 오르는 건 2월 국회다.

이 점이 규정한다. 여권은 세종시 내전의 후유증을 치유한 계기를 확보할 수 없다. 2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 개편과 분위기 쇄신을 꾀할 수 없다. 그때는 죽기살기로 세종시 수정안 처리에 매달려야 할 때다.

시점은 7월이다. 정몽준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7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 헌데 공교롭다. 그 전에 지방선거가 있고, 또 그 전에 세종시 수정안 국회 처리가 있다.

이게 문제다. 7월 전당대회가 순탄하게, 평화롭게 치러질 수 없는 이유가 이 일정에 담겨있다.


상기하자. 세종시 내전에서 무승부는 없다. 어느 한쪽은 다치게 돼 있다. 이 싸움의 성격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세종시 내전에서 패한 쪽이 지방선거 지원을 방기하거나, 정반대로  죽기살기로 공천에 매달려 패배를 벌충하려 할 것이다. 세종시 내전이 계파 논리 촉진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7월 전당대회는 이 와중에 열린다. 계파 논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상대 계파와의 공존보다는 자기 계파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칼날 위에서 전당대회가 개최되는 것이다.

촉진제가 하나 더 있다. 터닝 포인트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기반이 변곡점을 맞는 시점,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개시되는 시점에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 요인이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칼날을 더욱 벼릴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이렇게 뒤섞여 있다. 계파 논리가 감정대결을 불사케 하고, 감정대결이 계파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세종시 내전이 전당대회 승부를 규정하고, 전당대회 승부가 세종시 내전 지형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 악순환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늪 속의 무한전쟁에 빠져들었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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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나 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고 문제를 당과 정부에만 맡겨두지 말라”며 “청와대가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단다.

당연한 지시다. 상황론으로 봐도 그렇고, 원칙론으로 봐도 그렇다.

외고 문제를 놓고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각의 의지는 강력한데 교과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외고 폐지를 주창하는데 교과부는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관제탑 역할을 자임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정의 최종 책임을 청와대가 져야 한다는 원칙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의 ‘견제’는 타당하지 않다.

이 신문이 보도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을 ‘드라이’하게 전하면서 그에 대한 지적을 ‘꼼곰하게’ 처리했다.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며 “불과 2년 전 외고 폐지 정책에 반대했고 ‘자율과 경쟁’을 내세워 엘리트 교육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책의 근본 기조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고 했다. “하나의 친서민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한다. ‘조선일보’의 지적을, 조중동의 일관된 ‘외고 폐지 반대’ 논조를 주목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와대는 외고 문제를 가속 페달 삼아 친서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의 다음번 이슈 중 하나로 30-40대 학부모의 관심이 많은 외고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헌데 보수 세력은 마뜩치 않다. ‘조선일보’가 전한 반대론의 구절들, 즉 “정책의 근본 기조”를 거론하고 “친서민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세력은 외고 폐지를 정체성의 문제로 본다. 보수 정권의 정체성을 버리고 대중과 영합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한다.

보수 세력의 시각이 이렇다면 그들이 펼칠 행동은 비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당과 교과부를 오가며 전개된 지엽적 논란이었기에 점잖게 대응했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논란에 종지부를 찌고 정책방향을 결정하면, 그리고 그 방향이 외고 폐지면 날선 공격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곤란해진다. 이렇게 '집토끼‘가 가출해버리면 ‘친서민’을 화승총 삼아 벌이던 ‘산토끼 사냥’이 공염불이 된다.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물론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다독이는 양면 전략, 즉 외고를 존속시키되 입시제도만 손보는 식의 방안, 또는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22일 전국 5490명을 대상으로 ARS조사한 결과를 봐도 여지는 있다. 응답자의 55.5%가 외고 전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전환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성화고(28.0%)-자율형ㆍ자립형사립고(23.3%)-일반 인문계고(22.2%)-국제고(21.6%)로 의견이 갈렸다. 보기 문항에 일부 문제(자율형 사립고는 추첨으로, 자립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도 한묶음으로 처리한 것)가 있지만 아무튼 갈렸다.

하지만 양다리 걸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뾰족수라고 생각했던 게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이미 막아버렸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그런 우회로에 바리케이드를 쳐버렸다. 외고 해법의 핵심은 학생을 시험이 아니라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쳐놓은 이 바리케이드를 타고 넘는다 해도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야당과 서민의 극렬한 반발이다. 외고 폐지의 대안은 일반고로의 전환이라면서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추첨 선발’을 최소한의 절충책으로 받아들여온 야당과 서민이 이명박 정부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외고 문제만이 아니라 친서민 정책 전반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여건이 그렇게 조성돼 있다. 상징성이 크고 민감성이 큰 외고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외고의 핵심 문제로 사교육을 부각시킨 순간 여건은 그렇게 조성됐다. 외고문제는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을 재는 가장 유효한 잣대가 돼 버렸다.

어쩔 것인가? 청와대는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청와대의 선택이 궁금하다.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27일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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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