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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나 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고 문제를 당과 정부에만 맡겨두지 말라”며 “청와대가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단다.

당연한 지시다. 상황론으로 봐도 그렇고, 원칙론으로 봐도 그렇다.

외고 문제를 놓고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각의 의지는 강력한데 교과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외고 폐지를 주창하는데 교과부는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관제탑 역할을 자임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정의 최종 책임을 청와대가 져야 한다는 원칙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의 ‘견제’는 타당하지 않다.

이 신문이 보도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을 ‘드라이’하게 전하면서 그에 대한 지적을 ‘꼼곰하게’ 처리했다.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며 “불과 2년 전 외고 폐지 정책에 반대했고 ‘자율과 경쟁’을 내세워 엘리트 교육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책의 근본 기조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고 했다. “하나의 친서민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한다. ‘조선일보’의 지적을, 조중동의 일관된 ‘외고 폐지 반대’ 논조를 주목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와대는 외고 문제를 가속 페달 삼아 친서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의 다음번 이슈 중 하나로 30-40대 학부모의 관심이 많은 외고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헌데 보수 세력은 마뜩치 않다. ‘조선일보’가 전한 반대론의 구절들, 즉 “정책의 근본 기조”를 거론하고 “친서민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세력은 외고 폐지를 정체성의 문제로 본다. 보수 정권의 정체성을 버리고 대중과 영합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한다.

보수 세력의 시각이 이렇다면 그들이 펼칠 행동은 비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당과 교과부를 오가며 전개된 지엽적 논란이었기에 점잖게 대응했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논란에 종지부를 찌고 정책방향을 결정하면, 그리고 그 방향이 외고 폐지면 날선 공격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곤란해진다. 이렇게 '집토끼‘가 가출해버리면 ‘친서민’을 화승총 삼아 벌이던 ‘산토끼 사냥’이 공염불이 된다.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물론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다독이는 양면 전략, 즉 외고를 존속시키되 입시제도만 손보는 식의 방안, 또는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22일 전국 5490명을 대상으로 ARS조사한 결과를 봐도 여지는 있다. 응답자의 55.5%가 외고 전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전환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성화고(28.0%)-자율형ㆍ자립형사립고(23.3%)-일반 인문계고(22.2%)-국제고(21.6%)로 의견이 갈렸다. 보기 문항에 일부 문제(자율형 사립고는 추첨으로, 자립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도 한묶음으로 처리한 것)가 있지만 아무튼 갈렸다.

하지만 양다리 걸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뾰족수라고 생각했던 게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이미 막아버렸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그런 우회로에 바리케이드를 쳐버렸다. 외고 해법의 핵심은 학생을 시험이 아니라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쳐놓은 이 바리케이드를 타고 넘는다 해도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야당과 서민의 극렬한 반발이다. 외고 폐지의 대안은 일반고로의 전환이라면서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추첨 선발’을 최소한의 절충책으로 받아들여온 야당과 서민이 이명박 정부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외고 문제만이 아니라 친서민 정책 전반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여건이 그렇게 조성돼 있다. 상징성이 크고 민감성이 큰 외고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외고의 핵심 문제로 사교육을 부각시킨 순간 여건은 그렇게 조성됐다. 외고문제는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을 재는 가장 유효한 잣대가 돼 버렸다.

어쩔 것인가? 청와대는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청와대의 선택이 궁금하다.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27일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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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에 서일필인가? 판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부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단다. 교과부가 다음 주 외부기관에 의뢰할 ‘외고 개편 연구용역’의 초기 구상 핵심내용이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외고가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라 국제고로 전환된다면 공염불이 된다. 외고발 사교육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애초 구상이 무너져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중학교 내신 상위 50% 안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에 국제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 반영은 기본이고 영어시험이 추가된다.

여권 관계자는 입학 전형이 내신 위주로 바뀌어 사교육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영어 시험도 외고와는 달리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돼 사교육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다. 현실을 호도하는 소리에 가깝다.


사교육 논란의 핵심 문제는 출제 수준이 아니라 시험 유무다. 어떤 형태든 시험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에 의지한 경쟁은 근절되지 않는다. 시험이 상대평가인 한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입학할 수 있기에 1점을 위한 과다 투자는 불가피하다. 내신이 예외일 수 없고 영어가 예외일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제고에서 영어 시험을 치르는 건 교육당국이 보증한 ‘자율권’이다. 그래서 맘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지만 언제든 출제 수준을 높일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이 반쪽짜리인데도 공감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재생되고 변이될 여지를 차단하려 한 그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헌데 교육당국은 이 ‘최소치’를 허물려 한다.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짐짓 모른 체 하면서 고름이 번지는 환부에 파스를 붙이려고 한다.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고 시선을 돌리자. 추이다.

금은 이미 갔다. 외고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균열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보수정당 의원들은 외고를 아예 없애자 하고, 보수언론은 외고를 유지하자 하고, 보수정부는 국제고로 대충 ‘퉁’ 치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이 균열상이 어떤 지각 변동을 야기할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친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인사들은 교육문제를 운위할 때마다 ‘친서민’을 앞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운찬 총리에게 주문한 바 있고, 정두언 의원 역시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가받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그 때 그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었던 것인지, 구현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될 것이다. 외고의 향후 진로에 따라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지폐의 부피가 달라지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서민이니까.

▲캡쳐=오늘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Posted by '토씨'

1.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색 바랜 흑백사진 두 장을 꺼내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사진, 그리고 얼마 후 서울로 올라와 찍은 사진입니다.

그는 흑백 사진 두 장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어려웠던 이 시절에 가졌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평범한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부가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몽준 대표가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재벌 2세 이미지를 탈색하고 친서민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몽준 대표는 사진첩을 뒤졌습니다.

2.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해야겠습니다.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꺼내든 흑백사진 두 장을 보면서 ‘궁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태어난 때는 1951년 10월입니다. 그 흑백사진이 찍히던 시절, 정몽준 대표는 강보에 싸인 젖먹이였습니다. 천지분간도 못했을 그 핏덩이 시절에 의지해 “어려운 가정”과의 정서적 유대를 구축하려고 하니 실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3.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출신’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서민과 약자를 위해 한 평생 바친 사람이 적잖습니다. 정반대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그걸 콤플렉스로 여기며 일신의 영달에 몸 바친 사람도 적잖습니다.

‘출신’이, ‘과거’가 칸막이가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아래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자수성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칸막이입니다. ‘과거’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성공 신화를 절대화하는 사람들에게 간혹 나타나는 칸막이입니다.

달라진 사회경제적 환경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만을 내세웁니다. 똑같은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자신처럼 자수성가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낙오자로 간주합니다. 자수성가를 독선의 자양분으로 삼으면서 소통을 거부합니다.

자수성가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에게 사회 시스템과 복지 체계는 별로 안중에 없습니다. 자신이 각고의 개인적 노력 끝에 성공을 일궜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다그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그치면서 경쟁과 효율의 논리를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제하면서 독선과 아집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끔찍합니다. 이런 사람이 가장이 되면 가족이 힘들어집니다. 이런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고달파집니다. 이해와 배려, 보호와 지원은 기대할 수 없고 경쟁과 평가, 훈계와 상벌이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4.
국민이 재벌 2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수성가 이데올로기에 빠진 가부장과 똑같이 경쟁의 논리, 효율의 논리에 물들어 있을까봐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상사를 적자생존의 경제논리로 바라볼까봐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듯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복지를 초토화시킬까봐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정몽준 대표가 정치 지도자로 안착하려면 지워야 합니다. 색 바랜 사진 몇 장으로 ‘출신’을 지우려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 “어려운 가정”의 실상을 천연색으로 담아야 합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고등어를 4만원 어치 살 게 아니라 인근 쪽방촌에서 4만원에 벌벌 떠는 서민들의 흑백 생활상을 살펴야 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사진=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희한하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됐는데도 또 나온다. 이번엔 박준영 전남지사다. 청와대가 차기 총리로 박준영 지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얼핏 보면 실현 가능한 카드가 아니다. 자유선진당처럼 민주당이 반발할 게 뻔하다. 아마도 그 강도와 폭은 더 세고 넓을 것이다. 그런데도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왜일까? 왜 이런 얘기가 쉼없이 흘러나오는 걸까?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짚을 수 있다. 이런 카드에 깔려있는 계산법을 헤아릴 수 있다.

심대평 전 대표나 박준영 지사는 다른 사람들과는 급이 다르다. 지금까지 언론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은 특정 지역 출신으로 국민통합․화합의 상징요건을 갖추곤 있지만 힘이 없다. 반면에 심대평 전 대표나 박준영 지사는 특정 지역과 특정 정당에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다. 힘과 상징성을 함께 갖고 있는 이들이 총리가 될 경우 발생하는 정치적 파장은 넓고 크다.

열매는 고스란히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돌아간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지역주의 극복 의지를 구체화하면서 ‘친서민’과 함께 새 국정 기조의 양 날개로 삼을 수 있다. 계층 통합과 지역 통합의 아젠다를 선점하면서 국정에 대한 계층적․지역적 평가를 희석시킬 수 있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치 총리’가 실세 총리를 자임하는 경우, ‘정치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권한 분점을 요구하는 경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방비책을 만들어뒀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편했다. 조직을 키웠고 권한을 집중시켰다. 정부 출범 때 8수석 1특보 체제였던 청와대를 1정책실장 8수석 6특보 2기획관 1보좌관으로 키웠다. 그러면서 이른바 실세들에게 권한을 더 부여했다. MB맨이라 불리는 윤진식 경제수석에게 정책실장 자리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게 상근 경제특보 자리를 줬고, 이동관 대변인에겐 기존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아우르는 홍보수석 자리를 줬다. 이렇게 조직을 키우고 권한을 집중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누가 총리가 되든 힘을 가질 수가 없다.

우려할 건 따로 있다. 총리 후보를 보듬고 있던 특정 정당의 반발이다. 하지만 이 또한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당장은 평지풍파를 겪겠지만 길게 봐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야기되는 건 특정 정당의 반발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분열상도 야기된다. 지금 자유선진당이 보여주는 모습과 같은 양상이 야기된다. 꼭 나쁜 일은 아니다. 특정 정당, 다시 말해 야당 입장에선 적전분열이지만 여당 입장에선 교란이다.

과정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성사 되면 좋고 성사가 안 돼도 홍보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의지를, 국민 통합․화합 의지를 선전할 수 있다. 이렇게 선전하면서 선거제도 개혁과 행정구역 개편을 매개로 정치개혁을 다그칠 수 있다. 이렇게 다그치면서 야당이 국정에 각을 세우고 날을 가는 현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성격이 이렇다. 실세형 지역 인물을 총리에 앉히려는 시도는 ‘써봤자 3점’인, 아니 ‘써봤자 3점’도 안 되는 게임이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치기에 충분한 게임인 것이다.  

Posted by '토씨'

흐름이 뚜렷하다. 서민이 부상한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고, 쌍용자동차 문제가 일단락 되자마자 서민이 화두로 부상한다.

생산지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서민을 입에 올린다.

한나라당 일각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고,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동아일보’ 기고를 통해 재정건전성 문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권의 이런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기존 전세가액의 5% 이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민생대책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언론 또한 서민 논쟁에 뛰어든다. ‘조선일보’는 소득별 범칙금 차등부과 구상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포퓰리즘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고, ‘한겨레’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 예산안을 신청하면서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올해보다 7천명 줄이기로 한 점을 들어 친서민 정책이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주목하자. 각각이 잡고 있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른바 친서민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대로 정책 대안을 내놓는 점에선 같다. 그 누구도 ‘친서민’의 당위성을 송두리째 부정하지는 않는다. 각론만 달리할 뿐 총론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짠 ‘친서민 프레임’에 갇혀 제한전을 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보수진보 나뉘지 않고 이른바 친서민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건 단견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덕을 본다. 서민 화두가 흥할수록 그의 정국 장악력은 배가된다.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휘 둘러보면 금방 잡히는 전망이다.

서민 화두가 흥하면 다른 화두가 쇠한다. 서민 화두가 팽창할수록 한때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평가되던 미디어법 화두를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면서 전선의 성격을 민주에서 민생으로, 전투의 양상을 대치에서 경쟁으로 바꿔버린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나쁠 게 전혀 없다. 정치투쟁을 정책경쟁(또는 논란)으로 변환시키면 정권이 입는 타격은 줄어들고, 정권의 친서민 이미지는 강화된다.

이어가면 된다. 서민 화두를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어가면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어차피 가을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는 예산안 처리니까 서민 화두의 생명력을 연장하면 친서민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어부지리도 챙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동력을 떨어뜨려 빈손 회군을 유도해 정치 안정을 모색할 수 있다. 여지는 충분하다.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민생대책을 발의하겠다고 나서는 형국 아닌가. 법안을 발의하는 순간 의원직 총사퇴 불사 선언은 퇴색하고, 법안 처리에 매달리는 순간 장외투쟁은 동력을 잃는다.

걸림돌은 별로 없다. 클린턴의 방북과 북한의 억류 여기자 석방으로 조성된 대북정책 논란이 8.15경축사와 개각을 정국의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을 흐트러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 씨 문제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10월 재보선이 여권에 또 한 번의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 지역구가 경기 안산 상록을 한 군데로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경남 양산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안산 상록을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남 양산에서 박희태 대표가 당선되면 10월 재보선의 정치적 파괴력은 반감된다.

변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있다. 서민 화두가 재원 문제에 집중되면, 그리고 서민 화두가 내년 예산안 문제와 연계되면 필연적으로 부상한다. 천문학적인 4대강 사업비의 타당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하지만 제한적이다. 그건 해묵은 논쟁이다. 게다가 그동안 수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책범주에서 정치범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폭발력이 약하다.

개각이 있다. 행여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불거지면 공염불이 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호화생활’이 친서민 행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먹칠을 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건 알 수 없다. ‘천성관’에 데인 청와대가 검증에 검증을 거쳐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위장전입과 탈세의혹, 부적절 처신이 연일 밝혀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2의 천성관’이 친서민 정책을 또 한 번 뒤흔드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하다. 인사 파동이 다시 불거진다 해도 정국의 흐름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 야당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고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부여된 고리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 그건 일시적인, 흘려보내는 매개에 불과할 테니까.

▲사진=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Posted by '토씨'


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검찰 총수에 앉힐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너무 많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이 너무 많다. 그 중엔 위법 행위로 밝혀진 사실도 있고, 부적절 처신이라고 비난 받을 행적도 많다.

그는 두 가지 법률을 위반했다. 아들을 서울 강남의 좋은 고교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고, 전세자금 변통 등을 위해 동생과 처가로부터 8억원을 빌리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 증여세법을 위반했다(특수관계인으로부터 1억원 이상을 무상으로 빌리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법치’의 최고 사령탑 후보가 ‘기초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다.

그는 ‘반서민’ 행보를 보였다. 하객 200명 기준 이용료가 8천만원인 6성급 호텔 가든 또는 1인당 식대가 최하 5만 5천원인 6성급 호텔 가든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으면서도 그곳을 ‘조그만 교외’라고 했다. 부인은 수백만원 어치의 명품 쇼핑을 했으며, 아들은 자신의 총급여보다 많은 돈을 신용카드로 긁었다.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누빈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는 180도 다른 행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 영이 서지 않고 면이 서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법치’의 영이 서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이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친서민’의 면이 서지 않는다. 청와대가 설정한 국정 운영의 투 트랙이 상처를 입는 것이다.

몰랐던 걸까? 인사 검증과정에서 채 거르지 못한 걸까? 인정할 수 없다. 그렇게 보기엔 사례가 너무 많다. 문제될 게 뻔한 사례를 너무 많이 놓쳤다.

다르게 봐야 한다. 인사 검증 과정이 부실했던 게 아니라 인사 검증 의지가 박약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럴 만한 정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을 표방한 시점은 6월 22일이었고,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시점은 6월 21일이었다. ‘노무현 서거’ 여파에 부심하던 청와대가, ‘근원적 처방’을 예고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내놓은 회심의 반전카드가 바로 이것이었다.

합리와 상식의 범주에서 인사검증작업을 벌였다면 걸렀어야 마땅했다. ‘노무현 서거’ 때문에 내상을 입은 ‘법치’와 검찰의 위신을 고려했어야 마땅했고, ‘친서민’에 부응하는 청렴성을 감안했어야 마땅했다.

천성관 후보자가 지금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용산참사’와 ‘PD수첩’ 수사의 최고 사령탑이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관점과 견해 차 쯤으로 치부하며 무시했을 것이라 치더라도 ‘기초 법질서’ 준수 여부와 ‘친서민적 청렴성’은 십분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안통’의 ‘전과(?)’만 높이 사고 나머지 요인은 무시해버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공안’을 얻으려다 ‘법치’와 ‘친서민’ 모두를 저당잡히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군 기강과 사기를 위해 마속을 벴던 공명의 심정으로 철회해야 한다.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을 물려야 한다.

상황이 그렇게 몰려있다. 천성관이 죽으면 MB가 살고, 천성관이 살면 MB가 다친다. 

▲사진=국회 법사위의 13일 인사청문회에 나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뻐아프게 깨닫는다.” - 정홍수, 「피에타, 그 영원한 귀환」,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1. ‘바보 엄마’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 석자 뒤에 붙는 별명은 전투적이다. ‘승부사’라는 닉네임이 그렇고, 그 닉네임에 붙는 ‘냉철’ ‘뚝심’ 등의 수식어가 그렇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행적에 새겨진 이미지는 남성적이다.

하지만 다르다. 국민과의 접촉면에서 내보인 그의 면모는 사뭇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해도 전혀 다르다. 대국민 접촉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교 속에서 부각되는 그의 이미지는 (흔히 말하는) 여성적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다스런’ 사람이었다. 걸핏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열린우리당원과 국민에게 편지를 쓰던 사람, 품격을 팽개치고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던 사람, 때론 ‘내 편’을 지키기 위해 ‘네 편’에게 삿대질을 하던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어설픈 통기타 솜씨에 의지해 ‘상록수’를 멋없이 부르던 사람, 종교가 뭐냐는 추기경의 질문에 눈을 내리깔고 ‘나이롱’ 신자임을 고백하던 사람, 가슴이 답답하면 비서에게 담배 한 개비를 얻어 피우던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던한’ 사람이었다. 지난 행적을 꼬투리 잡아 공격을 가하던 검사에게 뒤끝을 보이지 않은 사람, 상대편이 ‘정신병자’ 운운해도 그냥 웃고만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 탓’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어도 천장 한 번 올려다보며 한숨만 내쉰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사람으로 비쳐졌다. 끌어안는 사람, 바로 ‘엄마’였다. 때론 그악스럽게, 때론 호들갑 떨면서, 그러면서도 가족을 챙겨주는, 그래서 그의 존재가 귀찮고 짜증나면서도 당연시됐던 ‘보통 엄마’였고 ‘바보 엄마’였다.

2. ‘모진 아버지’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은 ‘독선적인’ 사람이다. 자수성가 신화를 읊조리면서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사람, 그렇게 일방적으로 부여한 정당성을 앞세워 순종을 강요하는 사람.

이명박 대통령은 ‘모진’ 사람이다. 자신의 가치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계율로 다스리는 사람, 반항하는 자식에게 회초리를 드는 사람.

이명박 대통령은 ‘편애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호오에 따라 애증을 여과없이 내보이는 사람, 직업과 성적에 따라 상벌을 엄연히 구분하는 사람.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람으로 비친다. 내치는 사람, 바로 ‘아버지’다. 행여 온화한 모습을 보여도 그 뒤로 엄한 시선을 감춘 사람, 그러면서도 권위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 그는 ‘가부장’이고 ‘모진 아버지’다.

3. ‘모진 아버지’의 핍박과 ‘바보 엄마’의 설움

출발이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같은 신화에 기대어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빈곤한 가정환경, 자수성가한 경력,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이력 등을 무기 삼아 대권을 손에 쥔 사람들이다.

과정도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혁’의 열망을 안고,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의 기대를 안고 대통령이 됐지만 얼마 못가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통령 탓’을 ‘고스톱’에 필적할 만한 국민스포츠로 만든 사람들이다.

하지만 다르다. 스타일이 다르고 이미지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끌어안는 스타일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내치는 스타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엄마’의 이미지로 남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민심을 ‘盧추모-反MB’로 흐르게 한 근원이다.

여기에 살아있는 권력의 무리한 수사와 죽은 권력의 인간적 고뇌가 ‘모진 아버지’의 핍박과 ‘바보 엄마’의 설움으로 묘사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민심의 저울 위로 올리게 한 것이다.

▶국민여론조사 - 검찰의 ‘노무현 수사’에 대해
‘검찰수사가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그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60.0% : ‘법절차에 따른 정당한 검찰권 행사였으므로 별도의 책임규명은 불필요하다’ 34.7%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09년 5월 25일 조사

4.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반발

움직이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저주를 퍼부은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통분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정치인에 대한 정서를 바꾸지 않고 정치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이들은 상수다.

움직이는 건 부동층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찍었다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들이 수시로 움직이면서 국면을 열고 정국을 좌우한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국민 여론의 향배가 달라지고 정당 지지도가 춤을 춘다. 이들은 변수다. 캐스팅 보트권을 쥔 결정적 변수다.

이들은 이중적이다. 2008년엔 촛불을 들었고, 2009년엔 향불을 피웠지만 같은 해 벌어진 총선에선 뉴타운에 열광했고 용산참사에 냉담했다. 민주 의제엔 호응했지만 민중 의제엔 불응했다.

이들의 이중성은 하나의 가치에서 나온다. 바로 자유다. 이들은 극심한 경쟁체제에 순응하면서 능력을 키우려 하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국가는 기회를 제공하고 통제를 제어하면 할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자유로운 이익추구’의 여건만 만들면 된다고 믿는다. 나머지는 개인의 자유의지와 능력에 맡기면 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사회적 통제(교육과 부동산)에 반발했고 이명박 정부의 정치사회적 통제(표현의 자유)를 거부한다.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反MB’로 기운 것은 필연이다. ‘747’로 대변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 이데올로기가 ‘자유로운 이익추구’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던 믿음이 깨진 상태에서 광장 봉쇄로 상징되는 공안 회귀가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장마저 앗아간다고 판단하면서 이들은 불만을 키워왔다. ‘자유로운 이익추구’의 장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여겼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장마저 위축되니까 반발한 것이다. 이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상실과 퇴행을 결정적으로 확인하는 계기였다.

5. ‘모진 아버지’의 ‘엄마’ 되기

중도강화·친서민으로 집약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은 ‘엄마’ 되기다. ‘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어진 엄마’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화장이요 이벤트다.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점을 보면 그렇다.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고 원주 마이스터고를 찾아 ‘엄마’의 손길을 연출하려고 한다.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엄마’의 눈길을 연출하려고 한다. 그곳에서 또 다시 ‘소싯적’을 자랑해 탈을 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도한다.

‘무차별’을 강조하려는 점을 보면 그렇다. 떢복이집·슈퍼 주인과 담소를 나누고, 보육원의 아이를 들어올리고, 마이스터고 학생들과 ‘짬밥’을 푸는 모습을 통해 차별없는 애정을 강조하려고 한다. 능력·지위를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엄마’의 무차별적 사랑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 전에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도한다.

‘보살핌’을 부각시키려는 점을 보면 그렇다. 사교육 근절을 다짐하고, 청년실업을 근심하는 모습을 통해 자애로운 보살핌을 부각시키려 한다.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무한대 사랑을 부각시키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학원심야교습 금지를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날림정책을 노출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도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친서민은 청와대가 말하는 것처럼 ‘MB다움’의 회복이 아니다. 그건 ‘노무현스러움’의 모방이다.

6. ‘엄마’ 되기는 성공할까?

성공할 수 없다. 앞 다르고 뒤 다른 언행 때문만이 아니다. 부응할 수 없다. 부동층의 2가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자유로운 이익추구’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올려야 한다. 바닥에서 맴도는 경기를 끌어 올려 ‘자유로운 이익추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기약이 없다.

‘자유로운 의사표현’ 요구는 오히려 억압한다. 미디어법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다그치고, 시국선언 한 전교조를 압수수색한다.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집토끼’인 보수층이 떠나간다. 그러면 ‘산토끼’를 잡아봤자 별무소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외길로 달린다. 이게 문제가 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행태가 ‘모진 아버지’의 ‘엄마’ 되기를 가로막는다. 회초리 든 손을 뒤로 숨긴 채 다른 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인식케 한다.

▶국민여론조사 -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대해
‘기대 안돼’ 55% : ‘기대 돼’ 37%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09년 6월 29일 조사

7.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날은 유동적이다. 민심은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反MB’ 정서가 2007년 대선과 같은 ‘반발성 투표행위’를 낳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개별적이란 게 문제다. ‘盧추모’도 ‘反MB’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맞춰져 있다는 게 문제다.

‘盧추모’ 정서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 깜짝 반등은 반짝 효과였을 뿐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다시 내려간다. 왜일까?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별개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잊지 않는다. 2002년 대선 때 자기들이 뽑은 대선 후보를 제치고 정몽준 후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던 구 민주당의 행태를, 참여정부 때 당과 청와대가 분리돼 따로 놀았던 과정을, 참여정부 이후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거리를 뒀던 전력을, 그리고 지금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발전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목도했고 목도하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별개로 본다.

‘反MB’ 정서가 표심을 한나라당에서 이탈시킬 것이라고 보는 건 속단이다. 4.29재보선 때처럼 잠시 동안의, 부분적인 이탈은 나타날 수 있지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이탈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고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류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관계를 빚는 동렬의 정치인으로 대기하고 있다. 바로 이 박근혜 요인이 완충역할을 한다. 박근혜 요인이 ‘反MB’ 정서가 한나라당으로 확산되는 걸 차단하고, ‘反MB’의 반사이익이 민주당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여차하면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을 버림으로써 ‘反MB’ 정서로부터 탈출할 여지를 만든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그렇게 작용할 여지를 축적한다.

▶국민여론조사 -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

                       4월 18일       5월 25일       6월 22일 
이명박               32.7%           27.4%          25.3%
한나라당            31.4%           21.5%          23.3%
민주당               13.0%           20.8%          20.7%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8. 그러면…

‘盧추모’는 ‘촛불’을 밝히지 않고, ‘反MB’는 탄핵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盧추모’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꺼리고 ‘反MB’가 파국상황을 부르는 걸 경계한다. 그 대신 개인적으로 행동한다. 개인적으로 검은 리본을 달고, 개인적으로 MB비판 댓글을 단다. 민주당에도, 진보정당에도 기대지 않는다.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주목할 현상이다. 민심이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고 ‘소통’ 요구를 쏟아내면서도 反MB 민주전선 구축에 나서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민심이 말하는 건 이런 것이다.

국민에게 ‘민주’는 채권이다. 돌려받지 못한, 떼일 위기에 놓인 채권이다. 그래서 돌려받으려 한다. 하지만 돌려받지 못한다. 사채업자처럼 조폭을 동원할 게 아니기에 어떤 방도를 강구해야 할지 몰라 발을 구르고 있다. ‘싸움의 기술’을 알려달라고, ‘투쟁의 비전’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채권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이문이 남는 건 아니다. 채권을 돌려받아봤자 본전치기일 뿐이다. 국민은 플러스알파를 원한다. 본전치기에 이문내기를 추가하려고 한다. 약탈하는 것도 싫지만 빼앗기는 것도 싫기에 성장하면서도 분배를 이루는 전략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략과 방도를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반대하는 민주’가 아니라 ‘제시하는 민주’, ‘구호로서의 진보’가 아니라 ‘생활상의 진보’를 내놔야 한다.

뛰어넘어야 한다. 민주니 진보니 하는 구분법도, 민주당이니 진보정당이니 하는 구별법도 뛰어넘어야 한다. 민주당에서 ‘진보’의 여지를 끌어내고, 진보정당에서 ‘구체’의 내용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당은 대장간에 가 담금질을 받아야 하고, 진보정당은 저잣거리에 나가 세상물정을 배워야 한다.

연대는 고안되는 것도, 기획되는 것도 아니다. 저잣거리에서 국민들에 의해 담금질 되면서 숙성되는 것, 밑에서 끊임없이 부대끼면서 ‘민주’의 실천력을 배가시키고 ‘진보’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 이게 바로 연대다.

▶국민여론조사 - ‘2010 지방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가 나온다면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
‘지지하겠다’ 48.1% : ‘지지하지 않겠다’ 36.4%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09년 6월 22일 조사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맞아 ‘광장’ ‘코리아연구원’ 등이 오늘(7일) 오전 9시 30분부터 공동개최하는 ‘노무현의 시대정신과 그 과제’ 심포지엄의 발표문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