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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YTN의 '돌발영상'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100여 명의 기자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만 수십 명이다. 그리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기자회견장을 찾은 기자도 줄잡아 수십 명이다. 합치면 100명은 훌쩍 넘긴다. 그런데도 단 한 명도,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사제단이 '삼성 금품' 수수 명단을 발표하기 한 시간 전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사전 논평을 내놨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사제단은 청와대의 사전 논평 사실을 기자들 앞에서 공개했다.

웬만한 사리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품었어야 한다. 청와대는 어떻게 "근거 없는" 의혹으로 치부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캤어야 한다. '삼성 금품'을 수수한 사람의 실명이 나오기도 전에 어떻게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는지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한다.

"얼떨결에 놓쳤다"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예열'은 충분히 돼 있었다.

초대 내각에 이름을 올렸던 세 명이 낙마한 후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았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했다고, 인사 검증 의지가 부족했다고 합창했다.

사제단의 '삼성 금품' 수수 명단 발표는 그 직후에 이뤄졌다. 조각 파동의 연장선 위에서 '삼성 금품' 명단이 발표된 것이다.

그래서다. 청와대의 사전 논평 배경을 캤어야 한다. 사전 논평 배경을 규명해 가렸어야 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고 인사 검증 의지가 부족해서 또 한 번 인사파동을 자초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제단의 명단 발표가 섣부른 것이었는지를 가렸어야 한다.

일찌감치 낙점한 사람들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세 명의 낙마사태를 부른 마당에 어떻게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사람들을 검증할 수 있었는지는 되묻지 않으련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의 '삼성 금품' 수수 의혹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제단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파악 경로가 석연치 않지만 청와대의 사전 파악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할 수는 없다.

사제단의 '삼성 금품' 명단 발표와는 무관하게 낙점과정에서 기본적인 검증을 했으리라고 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

사전 논평 행위 자체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사전 논평 내용은 납득할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와 이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면 '삼성 금품'은 빳빳한 현찰 뭉치로 조그만 박스에 담겨 전달되곤 했다. 김성호 후보자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고, 이종찬 민정수석은 삼성에 직접 와서 휴가비를 받아갔다고 하니까 역시 현찰뭉치가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 사제단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렇다.

어떻게 검증할 수 있었을까? 현찰 뭉치가 오갔다면 계좌추적을 해도 추적할 수 없다. 더구나 청와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계좌추적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언할 수 있었을까?

당사자의 소명을 듣고 그랬을까? 그렇다면 그건 검증이 아니라 청취다. 그것도 일방적인 청취다. 능동적으로 확인한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확인 받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걸 두고 검증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기자들도 이런 평범한 궁금증을 품지 않은 건 아니다. '돌발영상'을 보면 청와대 출입기자 몇몇이 물어본다. 명단을 어떻게 알고 조사햇는지, 조사방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이동관 대변인은 얼버무린다.

그런데도 단 한 줄 보도하지 않았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오간 질의응답만 그대로 전하기만 했어도 될 일을, 그냥 드러내 국민의 판단에 맡기기만 했어도 될 일조차 하지 않았다.

이동관 대변인이 '엠바고(보도시점 제한)'를 요청했기 때문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엠바고는 미리 보도돼 국가적·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때만 성립된다. 범죄 피의자에 대한 정보나 국가 주요 정책 정보가 그런 예다.

한 발 물러서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엠바고'에 발목이 잡혔다고 인정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사제단 기자회견장에서 사전 논평 사실을 전해들은 수십 명의 기자들은 청와대의 '엠바고'와는 무관하다. 이들이 보도했으면 될 일이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언론은 가장 중요한 계기를 차버렸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태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대한 매개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무리 좋게 봐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방기행위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재검증하려는 의지가, 권력행위를 검증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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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중앙일보>의 논리가 해괴하다.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의 ‘자격 논란’이 ‘상황’ 때문에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춘호․남주홍․박미석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모두 인선 작업 막바지에 새롭게 떠올라 임명된 사람들”이란다. 이렇다보니 “오랜 검증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기간이 짧아 내용도 부실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한다.

전형적인 상황논리다. ‘검증 주체가 잘못해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 ‘검증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논리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문제상황’

그럼 <중앙일보>가 중시한 ‘문제 상황’은 뭘까? 검증 주체를 막바지로 몰아넣었던 그 상황이란 게 뭘까?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경우 “당초 사회정책수석으로 유력했던 박재완 의원이 인선난을 겪던 정무수석으로 이동하면서” 막바지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춘호․남주홍의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 타결로” 해당 부처가 뒤늦게 되살아난 게 문제였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를 ‘보직 변경’한 게 아니라고 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진단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언급이다.

물론 곧이곧대로 들을 얘기는 아니다. 인사권자가 인선난을 자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인선난을 인정하면 ‘응급 수혈’된 사람의 자존심이 상처받는다고 염려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볼 근거는 분명히 있다.

그럼 이건 어떨까? 청와대 수석은 장관과 다르다. 인사 청문회를 거칠 필요도 없고 시한에 쫓길 이유도 없다. 더구나 청와대 조직개편은 애당초 여야 협상 거리가 아니었다.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인선난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좀 더 정밀하게 후보자를 찾을 시간적 여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 인선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래서 묻는다. 막바지 상황을 연출한 건 누구인가? 상황인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인가?

사실관계까지 비튼 상황논리

이춘호․남주홍에 대한 상황논리는 ‘변명’을 넘어 ‘왜곡’에 가깝다. ‘상황’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관계 자체가 틀렸다.

이춘호․남주홍 두 사람은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타결된 후에 급부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무위원 후보 15명을 발표할 때 버젓이 포함됐던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여성 담당 특임장관 후보, 또 한 사람은 통일 담당 특임장관 후보였다. “뒤늦게” 검증을 할 이유도 없었고 그렇지도 않았던 사람들이다.

묘하게 됐다. <중앙일보>가 사실을 비틀고 상황을 재구성하는 바람에 통합민주당이 ‘공동정범’이 돼 버렸다. ‘자질 논란’이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 지연 때문에 빚어졌다면 정부조직법에 강경하게 나왔던 통합민주당도 일정하게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새삼스레 확인한다. ‘상황 탓’이 ‘나’ 뿐 아니라 ‘너’까지 끌어들이는 ‘물귀신 논리’라는 사실, 여론의 화살을 헤매게 만들려는 ‘분신술’이라는 사실 말이다.

참고자료 삼아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련다. <중앙일보>의 상황논리를 해괴하다고 평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구절들이다.

지난 23일이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비서관 인선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후문을 곁들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비서관 인선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자신과 호흡을 맞출 ‘베스트’를 뽑기 위해 비서관 인사까지 일일이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말을 빌려 이렇게 전했다.

“당선자가 비서관 인선까지 직접 스크린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추천해도 당선자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 아니라고 생각하면 과감히 퇴짜를 놓은 경우도 있다.”

세세한 후문까지 다 챙긴 <중앙일보>가 왜 다음과 같은 상식적인 의문을 품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까지 심혈을 기울여 직접 챙기는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장관이나 수석에 대해 어떻게 했을까?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