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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뉴스가 아니기에 읽고 또 읽었습니다. 참 별난 사람들이 희한한 얘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독일의 부유층 23명이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세금을 인상하자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총자산 50만 유로(약 8억 5천만원) 이상의 독일 국민이 향후 2년간 연 5%의 세금을 추가로 내고, 2년 후에는 정부가 부자 중과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늘어난 세원을 환경보호와 교육 보건 복지 등에 사용하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부자들이 앞장서서 증세를 요구했다는 소식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눈길을 사로잡은 건 기준이었습니다. 부자의 기준 말입니다.

이들이 부자의 기준금액으로 제시한 8억 5천만원은 연소득이 아닙니다. 금융자산도 아닙니다. 총자산입니다.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합한 것입니다.

8억 5천만원의 자산가라면 부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서울의 웬만한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그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독일인 23명은 이들을 부자로 규정하면서 세금을 더 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희한하다고 하는 겁니다. 참 별난 사람들이라고 하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은 부자 증세를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부자 감세를 하는지를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지방세 수천만원, 수억원을 안 내고 버티다가 골프회원권 압류 소식에 화들짝 놀라 세금을 납부하는 몰지각한 자산가들을 비난하지도 않겠습니다. 주가가 곤두박질 친 틈을 타 코흘리개 손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줘 증여세를 적게 낸 대기업 회장들을 꼬나보지도 않겠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거나 추징금을 깎기 위해 동분서주한 천-박 두 회장의 지난 행태를 힐난하지도 않겠습니다. 너무 눈에 익은 장면들이니까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부자를 가르는 기준금액입니다. 100만 달러입니다. 총자산이 아니라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인 사람들을 일컬어 부자라고 합니다. 언론은 이 기준금액을 갖고 우리나라 부자의 숫자와 비율을 산출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합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은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23명의 기준을 독일 사회 전체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칠 수가 없습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의 ‘마음’만은 흘릴 수가 없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책임)’에 대한 관념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책임’으로 읽으면 분명해집니다. ‘오블리주’의 전제는 자신을 ‘노블레스’라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의 마음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노블레스’가 돼 어깨에 힘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블리주’를 더 많이 짊어지기 위해 자청한 것입니다.

대비됩니다. 한국의 ‘진짜’ ‘노블레스’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회계조작부터 재산 명의 변경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냅니다. 어떻게든 ‘노블레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켭니다.

어떤 독일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고 안달을 하고 어떤 한국 사람들은 부자에서 빠져나가려고 혈안이 되니 차이가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명백합니다. 독일은 부자 나라, 한국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Posted by '토씨'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갹출하자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세비 10%를 반납해 서민과 중산층 지원에 보태자고 했다. 국회의원 세비 총액이 279억 2100만원이니까 10%를 반납하면 27억 9210만원이 된다. 서민과 중산층 지원에 보태봤자 티도 안 날 금액이다.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감세하려는 20조원을 투입하면 연봉 2000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정부의 감세 기조를 제대로 꺾지 못했다. 정부의 감세 기조를 효과적으로 꺾었다면 세비 반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세율을 지킨 것도 아니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비 10%를 반납하자는 건 쇼다. 정부의 감세 기조를 꺾지 못한 건 직무유기다. 종합하면, 제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데서 생색내려는 행위다. 염장 지른 다음에 파스 붙여주는 행위다.

이쯤 해 두자.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 같다.

정세균 대표가 자평했다.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두고 “점수로 매기면 79점 정도”라고 했다. 자신 또한 합의 내용에 만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혹평할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선명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은 운동에서 하는 일로, 정치에선 성과가 1번”이라고 했다.


사고 구조가 다르다. 79점이란 채점 결과를 도출한 평가기준이 해괴할뿐더러 정치와 운동을 이분법으로 가르는 사고법 또한 기묘하다. 일반적인 사고 구조로는 도통 헤아릴 수 없는 발상과 논리다.

이 점만 짚자. 정세균 대표가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성과’에는 당장 손에 쥐는 떡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자.

노무현 정부 시절 얘기다.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개정했을 때의 일이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의 상황이다.

밀어붙였다.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장외로 뛰쳐나갔다. 엄동설한에 두 달 넘게 장외를 돌면서 집회를 열었고 사람을 불러모았다. ‘성과’는 없었다. 두 달이 넘는 장외투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새로 원내대표가 된 이재오 당시 의원은 ‘철군’을 결정했다.

정세균 대표의 사고 구조에 따르면 박근혜 당시 대표와 한나라당은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 정치를 하지 않고 운동을 했다. 선명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동상에 걸리기 일보직전에 빈손을 호호 불며 국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안다. 모두가 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결코 빈수레가 아니었음을 민주당도 알고 정세균 대표도 안다.

각을 세웠고 세력을 결집했다. 사학법을 고리로 노무현 정부와의 전선을 구축했고 그 전선에 기독교계 등이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이 때 뿌린 씨앗이 나중에 얼마나 큰 정치적 성과를 거뒀는지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 때 그러모은 세력은 뉴라이트의 기반이 됐고 한나라당 정권 탈환의 자양분이 됐다.

오해할지 모르겠다. 이런 '사례연구'를 정책은 팽개치고 정치에 골몰하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다. 싸우고 싸워도 안 돼서 '철군'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관성은 유지하라는 말이다. 모든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 하겠다고 기세를 올리다가 하루도 안 돼 아무 이유없이 고개 숙이는 망측한 모습은 연출하지 말란 말이다.  

무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그렇게 평하는 것 자체가 호사스럽다. 무능은 의지를 전제 한 개념이다. 의지는 있으나 전략이 서툴러, 능력이 모자라 성취해내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정세균 대표(나아가 민주당 지도부)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싸울 의지, 선명하게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다. 이전 야당 지도부와는, 그나마 민주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풀지 않고 있는 국민과는 사고구조가 완연히 다른 사람이다.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민주당


Posted by '토씨'

이렇게 물어보자.

대안정책야당을 한다고 해서 투쟁을 안 할 건가? 선명투쟁야당을 한다고 해서 정책개발을 안 할 건가?

단순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가 있다. 대안야당이니 선명야당이니 하는 입씨름이 말장난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 하나는 종부세고 다른 하나는 인사다.

종부세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을 때 민주당이 다짐했다. 종부세 과세기준 6억원, 종부세율 1∼3%만은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법안 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1월 24일 별도 브리핑을 갖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받은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주택 6억원)과 세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감면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어떻게 됐을까? 민주당 다짐은 지금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확정은 안 됐지만 잠정합의를 봤다. 기획재정위 조세법안 소위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6억원을 유지하되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3억원의 기초공제를 해주기로 한나라당과 사실상 합의를 봤다.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던 종부세 과세기준을 내준 것이다.

걸핏하면 촉구했다. 사퇴하라고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승수 총리를 비롯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을 향해 전방위로 사퇴 공세를 폈다.

어떻게 됐을까? 한 사람도 물러나지 않았다. 쌀직불금 파문에 휩싸인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물러나긴 했지만 이는 민주당의 투쟁 성과이기보다는 여론 공세의 결과물에 가깝다(정운천 농림부장관, 김도연 교과부장관, 박미석 수석의 경우도 이봉화 차관과 비슷한 경우다). 민주당은 무작정 지르기만 했을 뿐 마무리는 전혀 하지 못했다. 불교계가 들고 일어나고 여론도 꽤 동조했던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조차 관철시키지 못했다.


확인할 수 있다. 전자의 예에서 흔들리는 민주당을, 후자의 예에서 무력한 민주당을 확인할 수 있다. 대안을 내세우고 타협을 강조하며 애초 입장을 스스로 허무는 민주당의 모습을, ‘옹고집’ 이명박 대통령만 탓하며 은근슬쩍 입 씻는 민주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의 최대 문제는 일관성 결여다. 더불어 일관성을 담보하는 전략의 부재다. 죽기살기로 싸워야 할 사안과 대안정책을 내놓고 주고받기를 할 사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기준보다 세율 고수가 더 중하다고 판단했다면, 부자만을 위한 법인세․소득세․상속세 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주고받기 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애당초 호언하고 장담해서는 안 됐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공언하며 국민에게 헛된 믿음을 심어줄 게 아니었다.

사과 한 마디로 사퇴 주장을 거둬들일 만큼 중한 사안이 아니었다면 애당초 사퇴를 주장해서는 안 됐다. ‘옹고집’ 대통령이 사퇴 주장을 일축할 것이 뻔했다면 배수진을 치고 싸워야 했다. 일을 벌이기만 하고 하나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무기력 야당 인상을 심어줄 게 아니었다.

대안야당이니 선명야당이니 하는 입씨름은 다음 문제다. 시급한 문제는 번지수 찾는 법을 깨우치는 일이다. 돌밭에 씨 뿌려봤자 싹 나오지 않고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 해도 컵이 없으면 마시지 못 한다. 자나깨나 대안만 제시하고 주야장청 투쟁만 벌일 게 아니라면 강온과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은 필수다. 시기와 상황을 헤아리는 혜안 또한 필수다.

민주당은 이게 없다. 입만 살았지 주변을 살필 눈과 여론을 들을 귀는 닫혀 있다. 그래서 부질없다. 대안야당이니 선명야당이니 하는 입씨름이 한가하다.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전략을 운용하려면 중심이 서야 하고 중심을 세우려면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혹평하는 게 아니다. 대안야당론이 우향우를 선호하고 선명야당론이 좌향좌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한미FTA와 같은 중대사안을 놓고 노선 분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을 몰라서 힐난하는 게 아니다.

노선은 추상적인 것이라는 사실, 노선이 힘을 발휘하는 건 개개 사안에 적용될 때라는 사실을 재삼재사 강조하기 위해서다. 노선투쟁을 할 정도로 복잡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서조차 중심을 잡지 못하는 민주당이 갑갑해서다. 더 단순하게 말하면 노선투쟁을 할 만큼 민주당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흔히 말하지 않는가. 개념 인지와 응용은 별개라고,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못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민주당 내 개혁그룹인 ‘민주연대’ 발족식 장면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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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조선일보’가 갑갑한가 보다. 힐난했다. “한나라당, 마냥 종부세에 매달릴 만큼 한가하지 않아”라고 소리쳤다.


“지금은 금융위기의 찬바람이 실물경제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비상시국”이니까, “여권이 머리를 싸매고서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할지를 치열하게 궁리하고 논의해도 시원찮을 상황”이니까 그렇단다. 빨리 털어버려야 한단다.


야당안을 수용하라고 권고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구절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오히려 “여야 합의에 이를 수나 있을지, 있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지경”을 강조한 것을 봐선 강행처리를 뜻하는 것 같다. 그냥 밀어붙이라고 등 떠미는 것 같다.


화답할 것 같지 않다. ‘조선일보’의 다급한 외침에 한나라당이 부응할 것 같지 않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그랬다. 여야 합의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한승수 총리가 그랬다.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합의를 주도하라고 했다. 



왜일까? ‘조선일보’ 말마따나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비상시국인데 홍준표 원내대표는 왜 종부세를 질질 끄는 걸까?


그게 이유다. ‘조선일보’가 진단한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비상시국, 이게 이유다.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없는 사람이 먼저 등 터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종부세 완화완이 2% 부자들을 위한 법률안이라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안다.


어떻게 될까?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비상시국에 부자들을 위한 법률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하나 더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지방이 먼저 타격 받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종부세 완화안이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대폭 깎는다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안다.


어떻게 될까?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비상시국에 지방을 홀대하는 종부세 완화안을 강행처리하면 어떻게 될까?


안 봐도 비디오다. 한나라당이 고립된다. 열성적인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등을 돌린다. 박근혜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지방출신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내홍이 심화된다. 한나라당으로선 경제 비상시국에 정치 비상시국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질질 끌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 때까지 끌어야 하고 희석제를 만들 때까지 끌어야 한다. 그래야 야당과 타협할 여지가 생긴다. 야당을 끌어들여야 정치적 ‘독박’을 면할 수 있다.


질질 끈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일타쌍피’의 효과를 가져올 희석제는 이미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장제원 의원이 조만간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이미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마친 개정안이라고 한다. 핵심은 지방 재정 확충이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20%를 지방소비세로 돌리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지방에 10조원을 내려보낼 계획이다.


이렇게 잠재우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반발을 진화하는 것이다. 먼저 지방소비세를 도입해 종부세 완화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야당(여당 속의 야당까지 포함)의 활동공간을 좁혀놓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남는 문제, 서민의 반발은 적당한 타협으로 풀면 된다. 과표기준과 장기보유기간, 세율을 놓고 야당과 협상하면서 주고받기를 하면 된다. 그렇게 주고받기를 통해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처리의 실리를 야당은 부자 감세 제동이란 명분을 나눠가지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면서 예산안 처리를 벼랑 끝까지 몰고간 다음에 여야 모두 시간에 쫓겨 눈물 머금고 타협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주장하면 된다.


한나라당은 한가하지 않다. 종부세에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헌재 결정으로 종부세의 절반은 이미 호주머니에 챙겼다. 나머지 반쪽을 갖고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간을 저울질 하면서 종부세의 반쪽을 갖고 반전 효과의 타협 면모를 연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0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종부세 여야 타협’을 강조햇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똑같다. 정부가 9월 발표한 종부세 완화안과 거의 일치한다. 종부세 틀은 유지하더라도 부과기준은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결정했다. 종부세가 입법권을 남용한 것도, 미실현 이득에 과세한 것도, 이중과세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했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정치권과 언론이 얼추 내다본 그대로다. 그래서 의아하지 않다. 궁금하지도 않다. 헌재 결정 이후 국회의 모습이, 정부의 모습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중지란의 요소가 사라졌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평의원이 보인 이견과 갈등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종부세 완화안을 밀어붙일 일만 남았다.

단순히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끝장을 볼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완화안은 상징이었다. 정부의 감세정책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좌로 상속·증여세 완화안을, 우로 소득·법인세 완화안을 거느린 꼭지점이었다. 이 꼭지점이 헌재 결정으로 탄력을 받게 됐으니 다른 감세안에도 모터를 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정말로 의아하다. 민주당의 태도가 정말로 의아하다.

민주당이 대변인 구두 논평을 내놨다.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논평을 내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발언’에 총공세를 펴면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 결정 기일 연기까지 요청했던 민주당이 후진기어를 넣은 것이다. “이제 국민이 헌재를 심판할 차례”라는 논평을 내놓은 민노당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다르게 볼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용빼는 재주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사법적 판단을 정면에서 거부할 힘도 논리도 없다. 원칙적으로 존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대변인 구두 논평을 원칙적인 입장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려니 더욱 의아하다. 헌재 결정이 나온 후 민주당의 다른 대변인이 나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 배경에 대한 의혹을 아직 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논평이다. 헌재 결정에 전폭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논평이다.

그런데도 일찌감치 ‘존중’ 논평을 내놔 스스로 가둬버렸다. '헌재 발언'에 의혹을 제기하는 자신들의 주장에 스스로 김을 빼버렸다. 

어떻게 할까?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

일반적 예상이 하나 있다. 법과 정치를 별개로 놓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는 길이다. 강만수 장관 사퇴 요구를 더욱 강하게 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런 정치 투쟁은 전제가 무너진 결론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과 같다.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헌재 결정에 정부의 입김 또는 읍소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다.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그 순간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의 심각성은 사라지고 기껏해야 말실수로 치부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울 성질의 사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약화될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 결과적으로 강만수 장관 사퇴 요구 명분을 약화시킨다. ‘헌재 발언’을 강만수 장관 사퇴의 결정적 이유로 내걸었던 지난 행적이 ‘생트집’으로 치부되면서 사퇴 주장의 근거를 약화시킨다.

민주당은 헤맬 수밖에 없다. 거점을 잃고 계기를 잃고 동력을 잃은 채 낙동강 물에 정처없이 흔들리는 오리알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사진 = 헌법재판소 전경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루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면서 그랬다. 재산세 과표기준으로 ‘공정시장가액’이란 걸 도입하겠다고 했다. 반발이 컸다. 이러면 재산세 인상은 불가피한 일, 상위 2%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전 국민의 재산세를 올리려 하느냐는 반박이 격하게 나왔다.

금방 알아차렸다. 이 반발이 여권 전체에 화상을 입힐지 모른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고 찬물을 쏟아부었다. 재산세 인상은 절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바뀌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오지만 참자. 그리고 믿자. 재산세는 절대 안 올라갈 것이라고 믿자.

그럼 끝나는 걸까?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부자들 지갑 채워주는 기현상은 막는 것이니까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도 서민 호주머니는 털린다.


종부세 수입은 전액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으로 쓰인다. 그 규모는 대략 3조 3천억원. 이게 3분의 1로 준다.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대로라면 종부세 수입 가운데 2조 2천억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깎을 수가 없다. 종부세 수입이 준다고 해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삭감할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지방이 들고 일어난다. 정부도 안다. 그래서 말한다. 지자체 교부금 재원을 다른 데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포인트가 이것이다. 어디서 조달할까? 2조 2천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어디서 끌어올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상위 2%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은 없다. 종부세 완화안 이전에 소득세 감면안 발표가 있었다. 직접세를 통해 상위 2%로부터 세금을 더 걷을 여지도, 가능성도 없다.

결국은 서민 호주머니에서 나가게 돼 있다. 이 말이 약간 과하다면 국민 호주머니라고 말해도 좋다. 그것이 어떤 경우든 상위 2%에게 세금을 추가 또는 별도 징수하는 일이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걱정 말라고 한다. 더 걷힌 세금이 지난해 14조원이었고 올해도 10조원이 넘을 테니까 재원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참 한가하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세계잉여금이 천년만년 누적될 것처럼 말하는 정부 여당의 배포가 두둑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제 삼지 말자. 이 문제 이전에 먼저 짚을 게 있다.

뭘까? 10조원을 뛰어넘는 세계 잉여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물론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리할 때가 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민 달래기는 전형적인 조삼모사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받든 저녁에 세 개 받는 총량은 7개다. 재산세가 올라가든 간접세가 올라가든 국민 전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2조 2천억원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 부담이 늘든 말든 상위 2%의 종부세 부담은 무조건 줄어든다.

이 말이 딱 맞다. ‘퍼주기’다. 상위 2%에 퍼주기를 하기 위해 국민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원숭이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사진=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3일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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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말해야 겠다. 의아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부자가 ‘좀생이’가 된 걸까?

정부와 여당이 그랬다. 5년간 21조원을 감세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그동안은 소비와 투자 여력이 없거나 적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럴까?

이젠 정석이 됐다. 부자는 금융자산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다. 부동산 등은 제외된다.

이런 백만장자가 2007년 기준으로 11만 8천명이다. 2006년에 비해 19%나 증가한 수치로, 부자 증가율이 세계 4위다(참고로 2005년도 부자 증가율은 21%로 세계 1위였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가 조사한 결과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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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백만장자가 소비 여력이 적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럴 수도 있다. 금융자산이란 게 대부분 현금이나 예금 아니면 주식이나 채권이다. 증시가 폭락하면 금융자산 규모는 줄고 소비 여력도 더불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가설이다. 현실은 다르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처럼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다.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자산 가운데 35%를 현금과 예금으로 갖고 있다. 10%인 홍콩이나 11%인 싱가포르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치다. 채권 비중도 25%에 달한다. 반면에 주식에는 20%만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증시 폭락의 여파를 덜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어디 그뿐인가? 35%에 달하는 현금·예금 보유율에 최근의 금리상승세를 대입하면 이자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뒤따른다

의아하고 궁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합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낮춤으로써 얻게 되는 ‘공돈’이 얼마나 될까?(상속·증여세는 논외로 하자. 말문이 열리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으니까) 적으면 수백만원, 많으면 수천만원쯤 될 것이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 입장에서 보면 ‘푼돈’이다.

이 ‘푼돈’이 아까워 그동안 소비를 줄였고, 이 ‘푼돈’이 반가워 앞으로 소비를 늘릴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이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우리 속담이다. 이 속담을 기준으로 삼으면 ‘푼돈’은 더 이상 ‘푼돈’이 아니다. 감세정책에 따라 부자들의 소비 규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한 것’ 같지가 않다. 오늘 이런 기사가 <경향신문>에 실렸다.

7·8월 해외여행을 마친 입국자들이 면세 범위인 400달러를 초과한 물건을 신고 없이 들여오다 압류된 물품이 인천국제공항 창고에 가득 쌓여있다고 한다. 명품 핸드백과 시계 등 사치품이 주를 이루고, 그런 사치품은 “주로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출국 전 면세점에서 미리 구입했던 것을 그냥 들고 오다가 걸리는 사례”라고 한다.

▲사진=‘2008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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