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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아픈 건 5대0의 스코어가 아니다. 이건 참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내과반의석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따끔하긴 해도 뻐근하진 않다.

정작 아픈 건 조짐이다. 수도권이 흔들리는 조짐이 문제다. 인천 부평을에서 졌고 경기 시흥에서 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졌다. 추세는 분명 수도권의 이반이다.

수도권이 어떤 곳인가? 대선 때 '이명박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영남 지배력을 확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진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주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이 아픈 게 아니라 이명박계가 아프다. 더 좁히면 이재오계가 아프다. 이재오계 입장에서 수도권의 이반은 자신들의 발밑을 살펴야 할 만큼 큰 위기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를 바꾼다. 이재오계의 응집과 이재오의 부상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된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내홍을 더 고착화시킨다.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갈등구도를 더 심화시킨다.

치유책을 다른 데서 찾을 수가 없다. 수도권이 이반하는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 또는 심판의지 때문이라면 목청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던지, 국정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이재오계가 모여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박근혜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다. 아니 절박성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주이야박' '월박' 현상이 4.29재보선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면 세력이 약화되고 수도권 이반이란 외환에 세력 위축이란 내우가 겹친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지금까지의 논리는 이재오계의 논리다. 한나라당 내 한 계파의 논리에 불과하다. 이 보다 더 힘이 센 논리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재오계가 당내투쟁을 전면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국정 지지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 점이 규정한다. 다른 선택카드가 없다. 당내분란을 적당한 선에서 관리하는 데 현 지도체제만큼 적절한 카드는 없다. 영남 중진, 다시 말해 이상득계를 축으로 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이재오계를 달래고 박근혜계를 쓰다듬는 완충기제다. 같은 이명박계임을 내세워 이재오계를 다독거리고 같은 영남 출신임을 내세워 박근혜계를 어루만지는 완충기제다.

크게 흔들 수가 없다. 현 지도체제를 뒤엎는 대개편을 자청하면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격돌을 자초한다. 그냥 두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힘의 지속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권세로 언제까지 한나라당 내 계파논리를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참패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되풀이된다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의 생존본능이 급팽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파별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국정성과를 하루 빨리 내놔야 하고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공세를 예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29재보선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MB본색'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국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고, 그래야 대선 때의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이후 1년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4.29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에 경종을 울리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는 진군나팔을 불 것을 강요한다.

Posted by '토씨'

#1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악에 받혀 1년 넘게 싸우던 철거민 아주머니가 울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지하 셋방에 살다가 재건축 바람에 등 떠밀린 철거민 아주머니가 이주비 보상(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이주비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등을 강하게 주장하다가 끝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집주인 얘기가 나온 대목에서였습니다.

재건축이 확정되는 순간 닦달하더랍니다. 재건축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교회를 같이 다니던 집사님이었답니다. 그랬던 집주인이 이사 가겠다고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더랍니다.

“세입자 주제에 나가라면 나가지 골치 아프게 하냐고 저녁마다 찾아와 싸웠어요. 애들 보는 앞에서…(눈물)…애들 보는 앞에서 우니까 애들이 엄마 울지 말라고…(눈물)….”

철거민 아주머니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3년 넘게 나가던 교회도 괜히 못 나가게 됐다며 폐건물 한 켠에 마련된 철거민 숙소 방바닥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2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합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의 제도정비 약속은 없던 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잊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했건만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한 현상인지 모릅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상당수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 일부는 불편해 합니다. ‘용산참사’를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잊히기를 기대합니다. 성수동 철거민 아주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집주인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총선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춤을 췄습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정치권의 장단에 맞춰 욕망의 춤사위를 펼쳤습니다.

지난 3월 31일 어느 뉴타운 재개발 조합은 조합 임원들에게 7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세입자수를 3350명에서 2200명으로 줄여 120억원을 아꼈고, 이주기간을 4개월 단축해 128억원을 줄였다는 등의 이유로 거액의 보너스를 쥐어주려 했습니다(이 의결은 일주일 뒤 일부 조합원의 반발과 여론의 비난에 못 이겨 철회됐습니다).

정치권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세입자들은 언제 자기 지역구를 뜰지 모르는 철새 유권자인 반면에 집주인들은 지역구에 터 잡고 살아가는 텃새 유권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한 전파자입니다. 줄을 서 있습니다. 이런 집주인들이 차고 넘칩니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런 유권자들과 척을 지면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세입자에 욕 먹어봤자 귀가 잠깐 아플 뿐이지만 집주인에게 욕 먹으면 낙선을 각오해야 합니다.

#3
‘용산참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용산’은 정글입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이곳에서 쫓겨난 세입자는 초식동물입니다. 포식자의 멈추지 않는 식욕을 채워주는 슬픈 초식동물입니다.

초식동물의 시체를 거름 삼아 초원의 풀이 자라고, 그 풀을 엄폐물 삼아 육식동물이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듯  ‘용산’의 폐허 위로 초고층 아파트가 오르면 잊을 겁니다. 위풍당당한 초고층 아파트 사이로 또 다른 욕망(특목고 설립과 같은)을 잉태하면서 하늘을 쳐다볼 겁니다. 발 밑에 슬픈 초식동물의 비명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은 채….

▲사진=한 시민이 ‘용산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전사”할 각오로 학원 심야교습을 단속한다기에 그렇게 알았다. “교과부·한나라당이 같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며 “이르면 여름방학부터 단속에 나서겠다”기에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줄 알았다. 헌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 학원 심야교습 단속에 대해 “교과부에서 실무자 수준으로 대화하는 중인데 준비절차가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곽승준 위원장에 대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교과부 장관만이 아니다. 교총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곽승준 위원장을 향해 “대학교수 출신이라 현장을 잘 모른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다르다. 곽승준 위원장의 주장과 교과부·한나라당의 주장이 엄청 다르다. 거의 상극에 가깝다.

궁금해진다. 그럼 곽승준 위원장은 뭘 믿고 저렇게 나서는 걸까? 그는 공명심에 사로 잡혀 앞뒤 안 가리고 나대는 돈키호테인가? 아니다. 그렇게 보기엔 발언 강도가 너무 세고 발언 빈도가 너무 잦다. 곽승준 위원장은 어제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말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의 학원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삼겠다면서 “1천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안팎의 반발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무소의 뿔처럼 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분석한다. 곽승준 위원장이 이주호 교과부 차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성안한 점에 주목한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정권의 핵심 3인이 물밑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교과부·한나라당 ‘전체’가 아니라 ‘일부’와 사선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분석에 따르니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긴다. 핵심 3인을 뭉치게 한 원동력은 뭘까? 정두언 의원은 “겁이 없어서 나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뱃심을 키운 자양강장제는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다. “3-4년 후 이 정부는 결국 교육과 부동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나 같은 교수 출신에게 자리 준 것은 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권의 최고 책임자, 즉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니 정정할 게 눈에 들어온다. 곽승준 위원장은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지만 비교가 한정됐다. 전두환 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권도 닮아가고 있다.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던 김영삼 정권의 ‘깜짝쇼’를 본뜨고 있다. 최고 통치권자의 밀명을 받고 밀실에서 방안을 만들어 느닷없이 들이댄 김영삼 정권의 이벤트를 따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잘 될 수만 있다면 어찌되든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금융실명제의 족적을 보면 안다. 시행된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 정관계 인사의 검은돈 추문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게 차명계좌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게 바로 금융실명제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농후하다. 주무부처 장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면 교육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에서 찍어누르니 시늉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그칠 공산이 크다. 안병만 장관의 말처럼 “(위에서)자제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또는 ‘힘 빠질’ 그날을 고대하면서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할 가능성이 높다.

검은돈 왕래도 더 성해질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는 순간 불법이 될테니 음지에서 ‘차명과외’를 하고, 그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물론 그 주체는 가진 자가 될 것이다. 권세있는 자가 금융실명제를 유린했듯이 가진 자가 사교육 근절 구호를 비웃을 것이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지와 실행이 따로 놀았던 금융실명제를 되짚으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고관대작의 차명계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가진 자의 ‘차명과외’는 나와 내 자식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점, 그래서 취지를 공감 받지 못하고 실행이 공평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간 1천만 학부모와 학생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은 “개혁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사려깊게, 점잔 빼면서, 겸손한 태도로 해서는 결코 진척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만큼은 사려 깊게,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마저 제기했다. MB교육의 철학은 규제완화인데 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느냐고 의아해했다. 바로 이 점이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고교유형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 유발효과를 극대화해놓고선 사교육을 틀어막겠다고 호언장담하는 행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부드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MB교육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더듬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곽승준 위원장이 총대를 멘 사교육 근절책은 ‘사정책’이다. 정부의 행정계통을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私)정책’이고, MB교육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邪)정책’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더 골병 들게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死)정책’이다.

Posted by '토씨'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안의 성격이 다르고 수사 주체도 다르다. ‘장자연 리스트’ 수사와 연예인 마약사건 수사는 분명 별개다.

근데 왜일까? 자꾸 걸린다. 시점이 걸리고 상태가 걸린다.

이틀만이다.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 지 이틀 만에 마약사건 수사내용이 공개됐다. 일요일인데도 서둘러 공개됐다.

그럴 수 있다.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라면 괜히 묵힐 필요가 없다. 근데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주지훈 씨 외에도 톱스타급 연예인 서너 명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서둘러 발표했다. 사건만 발표한 게 아니라 피의자의 신원까지도 속속들이 공개했다. 주지훈 씨가 마약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며 그의 이름 석 자를 공개했다. 범행 정도가 무겁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가 않다. 경찰은 주지훈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초범인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조치했다고 하니 범행 정도를 가볍게 본 것이다. 

물론 경찰도 할 말은 있다. 공개 주체는 경찰이 아니라 언론이다. 기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연예인 신원을 알려주면서 실명보도 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단다.

주지훈 씨 등이 ‘공인’이란 점도 참작했을 법하다. 사회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이 위치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했으니 신원을 공개해 사회적 귀감으로 삼는 효과도 기대했을 법하다.

너무 그럴싸한 상황이고 너무 그럴듯한 논리라서 그럴까? 바로 이 점 때문에 더욱 거슬린다.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인’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게 걸린다. 무혐의 처분 받은 유력언론사 임원이야 그렇다치고 입건한 사람의 실명조차 공개하지 않은 게 걸린다. 도무지 일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경찰의 ‘친절한’ 수사내용 공개 후에 뚜렷한 흐름이 생기고 있다. 경찰의 브리핑 후 포털 사이트에서 주지훈이란 이름 석 자가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사회 톱뉴스가 마약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다. 그 덕분에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는 어느새 ‘구문’이 되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오비이락’인지, 아니며 ‘떡 본 김에 제사 지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지훈’이 뜨면서 ‘장자연’이 저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진=경찰이 지난 24일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결기에 찬 말을 거침없이 토해냅니다. “정권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라고 했고,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답니다.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학원의 심야교습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원비의 5분의 1 가격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가는 KTX’로 변질된 외국어고의 입시 등도 뜯어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실행력에 대해서는 고개 갸웃거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부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밀어붙이기 분야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정부입니다. 불도저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부입니다.

남는 문제는 실효성이고 성과입니다. 결기에 찬 어조만큼 결실을 맺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을 풀어버린 게 바로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하나하나 추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자율학교를 세우려는 이명박 정부입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에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를 추가하고, 국제중학교와 국제고등학교를 신설하는 게 이명박 정부입니다. 고려대가 수시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도 손을 대지 않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냉소를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병 준 사람이 약 처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을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과거 불문하고 이유 막론하고 지지를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원합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습니다. “이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려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중산층의 수입을 늘려주거나 지출을 줄여줘야 하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입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득 증대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원비 지출을 줄여주면 그만큼 소득이 증대하는 셈이니 중산층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마나 좋겠습니다. 곽승준 위원장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중산층으로 남기 위해 기를 쓰고 학원비 지출을 늘리는 게 우리네 현실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친 후 중산층이 붕괴됐습니다.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가게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양극화가 시작됐고 10년 세월 동안 간극은 벌어질대로 벌어졌습니다.

추락한 가장이 회생하는 방법으로 부여잡은 게 교육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가장이 추락을 면하기 위해 선택한 게 교육입니다. 자식만이라도 몰락의 참화를 피하게 하려고 ‘빽’을 얹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학원을 찾습니다. 대단한 ‘빽’이 아닙니다. 최상류층으로의 수직상승을 보장하는 그런 ‘빽’이 아닙니다. 그냥 대기업에 취직해 빚 안 지고 살 정도, 다시 말해 중산층으로 사는 것을 보증하는 ‘빽’일 뿐입니다. 이런 ‘빽’을 따내기 위해 ‘올인’합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 때문에 아이가 방치되는 걸 우려해 학원을 찾습니다. 이게 우울한 우리 현실입니다.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면 아이가 방치되는 건 막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어차피 ‘빽’의 공유면적은 극도로 좁아져 있습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빽’ 추구 현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를 타려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는 외국어고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되는 수많은 자율학교도 ‘빽으로 가는 KTX’입니다. KTX가 지천에 널렸는데 어떤 손님이 무궁화호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이번의 위기국면”이 문제인 게 아니라 “이번의 위기국면”에서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부자감세를 늘리고 복지부문을 축소하는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정책이 고수되는 한 중산층의 학원비 지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원비 지출의 양태, 즉 양성과 음성을 가를 뿐입니다.

Posted by '토씨'

이러면 될까? 철석같이 믿었는데 어떻게 배신을 때릴 수 있느냐고 울부짖으면 될까? 사법처리를 달게 받으라고 준엄하게 촉구하면 될까? 그러면 노무현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러면 진보개혁진영이 통째로 ‘노무현의 수렁’에 빠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까?

선을 그으면 될까? 이제 버리는 게 아니라 이미 버렸다고 주장하면 될까? 노무현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할 때 이미 파경을 선언했다고 환기시키면 될까? 그러면 ‘노무현의 화’가 자기 쪽으로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을까?

부질없다. 개인과 계파 차원을 넘어 세력과 진영 차원에서 보면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곧이들을 국민은 별로 없다. 억울하더라도 이게 현실이다. 여론조사가 반증한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모두 지지율 추이가 ‘L’자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무당파층으로 부유하고 있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바보 노무현’을 믿었던 자신을 ‘천치’로 생각한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국민 정서다.

수렁에 빠진 건 노무현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린 이 또한 노무현만이 아니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부각된 현상이다. 진보개혁진영은 그 때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있었다.

‘노무현 수사’ 이전에 작지만 뼈아픈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시민단체 간부의 횡령사건이 있었고 노동단체 간부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들어 ‘확인사살’에 해당하는 사건은 줄을 이었다. 검찰의 ‘노무현 수사’는 이런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절차일 뿐이다. 정치적 파산에 이어 도덕적 파탄으로까지 내모는 부관참시일 뿐이다.

‘재건’은 절박한 과제지만 요원한 목표다. 주체가 없다. 백의종군해야 할 어떤 인사는 금의환향하고, 선명투쟁해야 할 어떤 야당은 부평에서 여당보다 더 큰 당근을 내놓기에 바쁘다. 이런 상태에선 ‘재건’의 뼈대는 고사하고 ‘재생’의 기운마저 확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박근혜 모델’이 있고 ‘노무현 모델’도 있다. 박근혜는 탄핵 역풍 때문에 존망의 기로에 섰던 한나라당을 구하는 방법으로 물갈이를 선택했다. 기득권을 내놓는 대신 새 피를 수혈 받아 기사회생의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은 후보단일화 여파 때문에 자중지란 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단절을 선택했다. 다수의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소수의 결속에 기대 전세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따지지 말자. 박근혜 모델과 노무현 모델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자. 박근혜 모델의 힘이 영남 지역주의에 있었는지 여부도, 노무현 모델의 힘이 탄핵 이벤트에 있었는지 여부도 따지지 말자. 그건 따로 논의할 문제다. 여기서 움켜쥐어야 하는 줄기는 하나로 족하다. 구질서와의 창조적 단절만이 ‘재생’을 담보하며, 단기필마의 정신만이 ‘재건’을 보증한다는 점이다.

노무현을 진정으로 버리는 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노무현은 버리되 ‘바보’의 초심은 이어가는 것이다. 단기필마의 정신으로 구질서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또 다른 ‘바보’를 감별하거나 세우는 것이다.

시발점은 이미 열려 있다. 4.29재보선이다. 단절을 선언해야 할 구질서가 무엇이고 청산해야 할 구인물이 누구인지를 1차로 가려내는 데 4.29재보선은 손색없는 시연장이다. 세력의 흥망보다 개인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행태, 정권 심판보다 표심의 이익에 영합하는 행태, 대의의 응집보다 정파의 이해에 함몰하는 행태가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그렇다. 다른 건 몰라도 배제·청산의 대상이 무엇인지만은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사람 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버리라고 했다. ⓒ‘사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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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MBC로 달려가면 취재 원본을 손에 쥐고 소환조사에 불응한 PD와 작가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검찰은 정말 그렇게 순진무구한 걸까?

검찰이 찾아간 곳은 MBC 본사다. 노조원이 사방에 깔려있는 곳이다. 검찰이 영장 집행 인원을 20명에서 40명으로 늘린다고 해서 노조의 스크럼을 뚫을 수가 없다. 게다가 검찰의 ‘PD수첩’ 수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한 노조가 자진해서 스크럼을 풀 리도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거듭 두 번이나 무력하게 허탕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당위라고 할지 모른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건 사법기관의 의무이자 당위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엄정한 법집행에 실효성을 따지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힐난할지 모른다.

그래도 해야 겠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영장 집행의 실효성과 검찰의 순진성을 짚는 걸 포기할 수 없다.

하나. 법원의 영장 발부 이전에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었다. 검찰이 마지못해 영장집행 무산 장면을 감상한 게 아니라 자진해서 그런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둘. 아주 유효적절한 방법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 경찰 몇 개 중대를 동원해 법집행을 가로막는 조합원들을 제압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고난’을 자초한 것이다.

이게 근거다. 검찰의 영장 집행 시도는 ‘헐리우드 액션’이고 실제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럼 뭘까? 검찰의 진짜 목적은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흐름과 시점이다.

검찰이 1차로 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8일, MBC는 시끄러웠다. ‘뉴스데스크’ 앵커 신경민 씨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MC 김미화 씨의 교체문제를 놓고 MBC가 술렁이고 있었다. 경영진과 기자·PD가 대립하고 있었다.

검찰이 2차로 영장 집행을 시도한 오늘, MBC는 역시 시끄럽다. 신경민 씨 경질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27일로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의 엄기영 사장 해임안 처리 문제를 두고 MBC는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시점과 흐름이 이렇다. 검찰은 MBC가 ‘내우’를 앓고 있을 때만 골라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내우’를 앓는 MBC에 ‘외환’을 보탠 것이다.

또 하나 살펴야 할 요인이 있다. 대립축이다.

MBC의 ‘내우’ 상황을 연출하는 대립축은 노조원 대 경영진이다. 경영진은 ‘PD수첩’ 사과방송을 강행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했다. 경영진은 방송 진행자 교체를 강행하려 했고 기자·PD는 이에 반발했다.

부각된다. 이런 대립축 사이에 검찰이 끼어들면 ‘노영방송’ MBC가 부각된다. 사장의 인사권 행사를 가로막더니 급기야 법집행까지 가로막는 노조원의 ‘무도함’이 전파되고, 더불어 ‘노영방송’의 악폐가 각인된다. 이런 이미지 전파를 자임할 언론사는 줄 지어 서 있다.

얻는 게 적잖다. 이렇게 되면 취재 원본은 손에 넣지 못해도 무형의 진지는 품에 안는다. 미디어법 개정을 앞두고, 미디어법 개악 저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MBC 노조를 ‘중립지대’에 있는 국민들에게서 떼어놓을 수가 있다.

소득이 이렇게 쏠쏠한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경찰병력을 동원해 MBC를 장악하는 초강수를 둬서 ‘언론탄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

▲사진 = MBC 노조원이 지난 8일 ‘PD수첩’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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