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루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면서 그랬다. 재산세 과표기준으로 ‘공정시장가액’이란 걸 도입하겠다고 했다. 반발이 컸다. 이러면 재산세 인상은 불가피한 일, 상위 2%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전 국민의 재산세를 올리려 하느냐는 반박이 격하게 나왔다.
금방 알아차렸다. 이 반발이 여권 전체에 화상을 입힐지 모른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고 찬물을 쏟아부었다. 재산세 인상은 절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바뀌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오지만 참자. 그리고 믿자. 재산세는 절대 안 올라갈 것이라고 믿자.
그럼 끝나는 걸까?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부자들 지갑 채워주는 기현상은 막는 것이니까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도 서민 호주머니는 털린다.
종부세 수입은 전액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으로 쓰인다. 그 규모는 대략 3조 3천억원. 이게 3분의 1로 준다.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대로라면 종부세 수입 가운데 2조 2천억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깎을 수가 없다. 종부세 수입이 준다고 해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삭감할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지방이 들고 일어난다. 정부도 안다. 그래서 말한다. 지자체 교부금 재원을 다른 데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포인트가 이것이다. 어디서 조달할까? 2조 2천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어디서 끌어올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상위 2%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은 없다. 종부세 완화안 이전에 소득세 감면안 발표가 있었다. 직접세를 통해 상위 2%로부터 세금을 더 걷을 여지도, 가능성도 없다.
결국은 서민 호주머니에서 나가게 돼 있다. 이 말이 약간 과하다면 국민 호주머니라고 말해도 좋다. 그것이 어떤 경우든 상위 2%에게 세금을 추가 또는 별도 징수하는 일이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걱정 말라고 한다. 더 걷힌 세금이 지난해 14조원이었고 올해도 10조원이 넘을 테니까 재원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참 한가하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세계잉여금이 천년만년 누적될 것처럼 말하는 정부 여당의 배포가 두둑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제 삼지 말자. 이 문제 이전에 먼저 짚을 게 있다.
뭘까? 10조원을 뛰어넘는 세계 잉여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물론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리할 때가 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민 달래기는 전형적인 조삼모사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받든 저녁에 세 개 받는 총량은 7개다. 재산세가 올라가든 간접세가 올라가든 국민 전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2조 2천억원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 부담이 늘든 말든 상위 2%의 종부세 부담은 무조건 줄어든다.
이 말이 딱 맞다. ‘퍼주기’다. 상위 2%에 퍼주기를 하기 위해 국민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원숭이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사진=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3일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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